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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엄마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애이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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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9.25 조회수 2778
첨부파일
장애엄마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애이해 교육
 
- '딩동댕 유치원'에는 언제쯤 장애인 친구가 나올까? -

 
 
  나는 장애엄마이자 다양성 컨설턴트다. 엄마가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아이의 성장주기에 맞춘 다양성 관련 교육에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유치원 학부모가 된 나는,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그 해부터 3년째 4월 19, 20일 양일간 아이 유치원에 가서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아이 유치원 입학 전 해에 처음으로 이 유치원 강의를 진행했으니, 정확히는 4년째이다. 내가 학부모여서 지속적으로 강의가 진행된 측면도 있겠으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유치원이 4년이라는 긴 시간 지속적으로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라는 개인 입장에서나 직업적으로나 큰 의미가 있는 강의이다. 우리 아이와 동갑인 일곱 살 친구들과는 다섯 살 새내기 유치원생 때부터 강의를 진행해 오면서, 아이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의 추이를 쭉 지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섯 살 때? - 아무것도 모른다.
여섯 살 때? - 너희 엄마 안경이 왜 그렇게 이상해?
일곱 살 때? - 이 아이들은, 이제 장애인인 나를 전혀 낯설어 하지도, 불편해 하지도,
불쌍히 여기지도 않는다.
 
  내가 과자를 뜯지 않고도 그 안의 그림을 맞히는 것을 마술처럼 신기해했고, 점자로 동화책을 읽어 주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으며, 피아노 앞에 앉아 원하는 만화 주제곡이라면 무엇이든 척척 쳐 줄 수 있는 멋진 친구 엄마가 되었다.
 
  강의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어느 쪽 눈이 안 보이냐고 묻기도 하고, 자기를 한 번 봐 달라고, 안아달라고 포도송이들처럼 다닥다닥 내 곁에 붙는다. 엄마의 마음으로 내 아이 같은 예쁜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면서, 나는 뜻밖의 크나큰 수용감과 행복감을 느꼈다. 물론 이 맘 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로망을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노출과 재미있는 수업으로 장애를 가진 나라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적어도 우리 돈보스꼬유치원에서 만큼은 몸이나 마음이 좀 불편하다고,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구별하고 차별하지 않겠구나 하는 희망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 중략 -


  미국의 대표적인 유아 프로그램인의 경우, 시각장애를 가진 또래 아이가 출현하여 자신이 읽는 점자와 학교 생활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며, 휠체어를 탄 아이가 출현하여 자신의 멋진 경주용 휠체어에 대해 자랑하기도 한다. Julia라는 자폐성 장애 머핏이 새 친구로 등장하여 발달장애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도우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자료들을 조사하고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노라면,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그저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런 포맷들이 있어 왔는데, 내 어린 시절, 우리나라에도 이런 유아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어린 내 삶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멋지고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포맷이라 해도, 이런 영상들을 유치원 수업에 이용하는 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일단,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낯설 수 있고, 자막을 써서 진행할 수도 없다. 결국, 더빙을 미리 하거나, 내가 동시통역을 하며 진행하게 되는데, 6, 7세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집중력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 중략 -

 
  그렇다면, 우리나라 유아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EBS를 중심으로 본 우리나라 유아프로그램에서는 장애라는 주제를 장애를 가진 유아 당사자의 입장에서 비장애 친구들에게 소개해 준다거나,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빠를 비장애 아동이 소개해 준다든지, 심지어,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고정 출연하는 등,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 주는 포맷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내가, 몇 년간 EBS 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열심히 보면서 장애에 대한 어떤 작은 언급이라도 있는 프로그램을 본 것은, 로보카 폴리에 간간히 등장하는 언어장애를 가진 포크뿐이었다. 아이가 네 살 때 이 친구를 처음 발견하고는, 너무도 기쁜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 포크는 여섯 살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손님이 되었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즐겨 보며 영향력이 매우 큰 딩동댕 유치원이나 방귀대장 뿡뿡이, 번개타운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설사, 다루더라도 철저한 타자의 입장, 일반적인 비장애 어른들의 관점에서 지극히 피상적인 이야기를 한 두 마디 언급할 뿐이다. EBS 프로그램들 외에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장애인을 본 건,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또봇을 만든 아빠가 지체장애인인 정도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집중도 잘 하고, 관심도도 높아진다. 낯선 주제라 하여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잇는 건 당연하다. 단적으로, PPT 디자인에 휠체어를 탄 레고 피규어나 안경을 쓴 바비인형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도는 애니메이션 효과만 집어넣어도 아이들은 그것을 알아채고 호기심을 갖고 집중하며 눈을 반짝인다.
 
  나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찰나의 호기심과 흥미를 재빨리 낚아 올려 만족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재료로 삼을 만한 내 나라 말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없어 너무 아쉽고 슬프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 유아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출연자를 만나고, 휠체어를 탄 박사님이 멋진 로봇을 개발하여 악당을 무찌르며, 시각장애 탐정이 멋진 능력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모습들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장애를 바로 아는 첫 걸음은, 어려서부터 많이 접하고 많이 이야기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출처: 에이블뉴스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70428140652126497